오늘은 비오는 날이었어. 아침부터 약간의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점차 강하게 내리기 시작해서 우중충한 기분이 풍기기 시작했어.
나는 비올 때는 항상 우울해지는 편인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비는 하늘을 푹신푹신하게 감싸주는 흐린 덮개, 그리고 실컷 울어버리는 호수 같은 하늘처럼 보였다. 날 따뜻하게 감싸주던 해가 비로 가려져서 조금 차갑게 느껴졌어.
아침에는 비 내리는 소리에 은근한 감동이 밀려왔지. 그런데 비 오는 날엔 항상 나의 기분도 비처럼 우중충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 그래서 오늘도 내 기분은 들떠있지 않았어. 그냥 뚝뚝 떨어져 내리는 비를 지켜보는 게 내 마음속으로 어울려서 기분까지 무뚝뚝해져가는 것 같았다.
옷도 너무 어렵게 골랐다. 비오는 날 맞춤 옷을 찾기란 참 어렵더라. 비를 맞고 싶진 않으니까 어깨까지 덮는 우산을 챙겼지만, 귀차니즘이 크게 번지고 말았나보다. 차라리 비맞으면서 걸으면 물라지고 건조기도 빨리 마려워서 몰라도 동그라미가 될 것 같아. 그래도 우산은 비 오는 날엔 필수템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았어.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트레이드 밀크 향긋한 향기가 내 마음을 한껏 채워주었어. 그동안 나를 비를 맞으면서 기분 내려놓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공부하면서 어떻게든 집중하려 했어. 그런데 오늘은 참 집중력이 흐릿했어. 아무래도 막막한 비오는 날이 기분을 어지럽게 하는 것 같아.
점심 시간에는 친구들과 카페에 갔어. 혼자라면 집에 가서 아련한 음악에 소개된 동인지에 흘끗 눈물을 흘릴지도 몰라. 그런데, 친구들과 함께라면 비 오는 날 더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어. 친구들과 함께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서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상상하게 되더라.
후유증이 있다는 걸 잊고 떴던 우산을 쏙 챙겨서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작은 까페로 가서 얼굴에 쑥 눌러 앉아있었지. 그리고 나는 오늘도 우중충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꽃 보다 아름다운 친구들과 함께 했던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려 했어.
하루가 어느새 저녁이 되었어. 집에 돌아가면서 비 내리던 길을 돌아보았어. 그만큼 오늘도 추우니까, 조금은 마음도 추워졌나봐. 그래도 오늘은 친구들과 함께한 보람찬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만족스러웠어.
이렇게 오늘은 비 오는 날, 우중충한 날이었어. 그런데 친구들과 함께한 귀중한 시간 덕분에 기분은 나름 조금씩 개선되었어. 내일은 기분 좋은 날이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짧은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해.